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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과 신뢰가 우스운 크라우드 펀딩
2017-08-04 13:36:40

"Kickstarter does not guarantee projects or investigate a creator's ability to complete their project. On Kickstarter, backers (you!) ultimately decide the validity and worthiness of a project by whether they decide to fund it."
"킥스타터는 프로젝트를 보증하거나, 개설자가 프로젝트를 완수할 능력이 있는지를 조사하지 않습니다. 킥스타터에서는 후원자(바로 당신!)가 펀딩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프로젝트의 타당성과 가치 있음을 결정합니다."  


캠페인 개설자가 프로젝트를 완수하지 못할 수 있으며,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여기에 책임이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후원자는 본인의 투자 실패를 감당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그 방법에 따라 여러 형태가 존재하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 개인용 3D프린터의 등용문처럼 되어버린 리워드형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 플랫폼,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의 약속 이행 수준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한 개인용 3D프린터들이 킥스타터 캠페인을 통해 소개되면서, 국내 소비자들까지 유혹하고 있어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글을 씁니다.

킥스타터는 스타 메이커!
킥스타터는 개인용 3D프린터의 스타 등용문과 마찬가지입니다.
초기 기술 구현, 아이디어의 현실화, 시제품 상품화를 위해서는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고 이를 해결하는 것으로 사업이 출발됩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나 컨셉 제품만을 보고 선뜻 자금 투자를 결정하는 곳을 찾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미래의 소비자가 직접 개설자의 비전과 계획을 보고 펀딩을 결정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많은 노이즈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 새로운 기술로 각광을 받았던 3D프린터가 만났으니 수많은 랩렙 카피어들에게 킥스타터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을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용 SLA 시장의 최강자 Formlabs의 Form1이 킥스타터를 통해 2천 명 이상의 후원자를 모집했었고, M3D, 조트랙스(Zortrax), 로복스(Robox), 로보(Robo), B9크리에이터, M3D 등 많은 유명 개인용 3D프린터가 킥스타터를 통해 3D 프린팅 시장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성실히 약속을 이행하고, 성능을 개선하고, 이후에도 업그레이드된 제품으로 새로운 펀딩 캠페인을 개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성숙시키는 모습이 보기 좋은 업체들이 많이 있습니다.

자금을 확보하고, 생산과 물류를 테스트하고, 시장을 테스트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또 다른 투자를 이끌어내는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게 되다 보니 3D프린터 제조 스타트업에게 크라우드 펀딩은 단순한 자금 모집의 수단이 아니라 Go-to-market 전략의 필수 수단처럼 되어버린 것이죠.

매주 새로운 3D프린터들이 킥스타터, 인디고고 등에 등장하고 있고, 높아지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좀 더 와우(Wow) 팩터가 큰 컨셉의 제품을 내놓아야 하다 보니, 영상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과장된/그럴듯해 보이기만 하는 홍보 컨텐츠를 만드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례로 올해 초 폴리젯과 유사한 기술을 데스크탑에 구현한다던 NexD1 같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다행인지 몰라도 후원자들의 끝없는 의혹 제기로 펀딩 마감 전 킥스타터에서 캠페인을 중단시키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관련 글:  http://blog.naver.com/restructurer/220920755802)


약속 따윈 지키지 않아도 돼!
캠페인이 실패해도 개설자에게 금전적인 패널티가 없다는 크라우드 펀딩의 특성상 개설 단계에서부터 자금 취득만 목적으로 캠페인이 개설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계획 없이 뛰어들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품 조달, 생산, 물류에 대한 계획 없이 기술이나 컨셉만으로 시작하는 업체가 대다수이다 보니 일정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부지기수고, 약속을 이행했는데 기술적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제품을 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티코(Tiko)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2015년 킥스타터에서만 약 16,500명으로부터 300만 달러 가까운 펀딩을 이끌어내며 많은 사람들을 열광케한 티코는 이후 작년 말 배송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선주문을 받는 등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었습니다. 하지만 이 기대감은 한 번에 무너졌는데 4천 명 정도 운 좋게 제품을 받은 소비자들은 형편없는 출력 품질에 실망을 했고 나머지는 제품도 받지 못한 채 회사의 프로젝트 중단 소식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환불은 없다고 공식적으로 글을 올려, 그들의 뻔뻔스러움에 소비자들은 추가로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사의 공동 설립자 중 한 명이 투자금을 횡령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는 황당한 변명을 한 피치 프린터(Peachy printer)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2013년 가을 100달러 SLA 프린터 키트를 개발하겠다고 해서 4,420명의 후원자로부터 65만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이끌어냈지만 자금을 담당하던 회사 설립자가 투자금의 50%를 개인 용도로 횡령했다고 회사의 대표가 인터뷰 동영상까지 올리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사례입니다. 

 

그럼, 최근 현실은?
최근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를 찾기 어려운 3D프린터 스타트업들은 낮은 가격을 최우선 무기로 하여 킥스타터 캠페인을 열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SparkMaker의 슈퍼 얼리버드 리워드 가격은 99달러(약 11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가격은 낮아지고, 화려한 컨텐츠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럼 과연 최근 1~2년 새 괜찮은 투자 실적을 올렸던 캠페인들이 제대로 약속이 이행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원 배송 계획이 2016년부터 2017년 7월 사이인 캠페인만 추적해봤고, 일부는 후원자가 아니면 정확히 알 수 없는 내용도 있어서 배송일이 정확치는 않을 수 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스마트폰 3D프린터로 큰 노이즈를 일으켰던 ONO 3D프린터는 1년이 지난 아직까지 배송이 안되었고(일부 배송 물량이 있는지 확인 불가), 올메탈 저가 3D프린터 Trinus도 우여곡절 끝에 4월에 배송이 완료되었습니다.
킥스타터에서 저가 LCD-SLA의 포문을 연 것과 마찬가지인 SLASH는 아직 배송이 완료되지 않았고, M3D의 두 번째 킥스타터 제품인 M3D Pro도 아직 배송이 진행 중인 상태입니다. 
Raise3D는 약속을 잘 이행했고, 다기능 하이브리드 제품인 Makerarm은 아직도 제품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후원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은 원활한 것 같네요.
초저가 프린터 키트 101Hero와 Robo의 두 번째 캠페인 제품인 C2, R2는 지난달에 마지막 배송이 완료된 것으로 보입니다.
Phrozen Make는 약속대로 지난달부터 배송을 시작했고, SLA 프린터 Moai도 약속대로 배송이 시작되었습니다. 
국내 프린터인 Morpheus Delta는 아직 배송이 시작되지 않아서 최근 후원자들 사이에 안 좋은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Cetus3D는 배송 시작은 다소 늦었지만 계획대로 1월에 모든 배송이 완료되었습니다.
저가 프린터를 추구했던 Anvil은 결국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는데, 대신 양심적으로 모든 후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었습니다. (물론 킥스타터 결제 수수료는 제외했겠지만요)


신뢰를 쌓는 데는 많은 시간이... 신뢰를 잃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에...
위 표와 같이 대부분이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몇 개월 늦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생산, 물류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스타트업의 경우 약속한 시간을 지키는 일이 너무나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고객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이유는 확고한 브랜드 평판을 쌓고,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후원을 받았다는 일시적인 성공에 취해서 고객을 무시하고 기본을 지키지 않는 기업은 절대 생존하지 못할 것입니다. 

캠페인 개설자의 입장에서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상황으로 약속을 이행하기 어렵다면 고객(투자자)에게 상황에 대한 설명을 아낌없이 해야겠죠. 위 표에 나온 많은 업체들 중 상당수는 현재 상황을 납득시키기 위해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일부 개설자들은 고객의 문의에 응답조차 하지 않는 무성의함을 보이는 업체도 여럿 확인되네요. 펀딩 고객에게 따로 일일이 연락하지 않더라도 정기적인 상황 업데이트, 고객 문의에 대한 빠른 답변 등 쉬운 방법들이 있는데도 하지 않는 것은 고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크라우드 펀딩이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 목적이 아니라 투자의 일종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하고, 매력적인 제품이 눈에 띈다면 캠페인 개설자의 이력(캠페인 개설 이력과 내용, 홈페이지 정보 등)을 잘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제품이 어느 정도 개발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아예 컨셉 단계의 제품이라면 더 깊게 생각해보는 것이 좋고, 이미 상품화 바로 전 단계의 제품이라면 좀 더 긍정적으로 검토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캠페인 완료일과 배송시작일의 대기기간을 보면 가늠할 수 있음)
또, 저렴한 얼리버드 상품만 볼 것이 아니라 배송 시일이 좀 늦더라도 성능 개선 후 나오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초기 제품이라서 생산 배치별로 성능 개선이 계속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음)
최근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또 해외 플랫폼에 대한 언어와 심리적인 장벽들이 낮아지다 보니 국내에도 많은 분들이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같은 국제적인 리워드형 플랫폼을 통해 3D프린터 구매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투자위험성이 높다는 점과 기술의 완성도가 낮다는 점을 꼭 인지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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