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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프린터와 떠나는 테마여행 74편] 삶의 무게
2020-03-06 11:40:30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틀라스를 3D프린터로 출력했습니다.

아틀라스는 제우스와 티탄과의 싸움에서 티탄의 편에 붙어서 제우스를 상대로 싸웠는데, 티탄이 제우스에게 토벌당하자 아틀라스는 그 벌로 대지의 서쪽 끝에 서서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형벌을 받습니다. 신화속의 이야기지만, 얼마나 무거울지 알 수 없는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은 정말 가혹해 보입니다.

 

얼마전에 프랑스에 입양되었던 남매가 "부모님을 용서해요. 친부모와 다른 가족들을 만나 새롭게 인연을 맺고 싶다"는 내용의 신문기사를 봤습니다.
자세한 신문기사 내용은 이 링크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정지희(사진위와 오른쪽)와 동생 정경재 씨, 이미지 :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

 

내용을 요약해보면, 
79년생인 정지희씨(41)와 82년생인 여동생인 정경재씨(38)씨는 프랑스 가정으로 입양되어 부족함 없이 성장기를 보냈고, 현재는 호텔리어와 정보처리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1985년 당시 6살과 3살이었던 남매는 부산 동래구 온천3동 버스 터미널 맞은편 부산행 쪽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고, 부모 정보는 전혀 없으며 남매 또한 가족 인적 정보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오빠(프랑스 이름: 키엥즐러)는 어렴풋이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데, "우린 아파트 같은 곳에 살았던 거 같아요. 부모님 얼굴이 기억나요. 동생과 닮은 어머니의 아름다움과 내가 건물 계단에서 떨어져서 눈 뼈 부분이 찢어졌을 때 자주 나를 돌보던 아버지의 인자함을 기억합니다. 그 흉터는 아직도 남아있어요"

그는 건물 아래에 주차된 덤프트럭 근처의 공터에서 다른 애들하고 즐겁게 놀고 있을 때 부모님이 집에 들어오라고 우리를 부르던 기억이 가장 뇌리에 남아있다고 회상했습니다. 짧게 파마한 할머니의 모습, 언니 얼굴과 함께했던 몇몇 순간들,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또 잠을 자던 곳과 바닥에 깔려있던 얇은 이불도 스쳐 지나간다고 했습니다.

키엥즐러 씨는 자신들을 버스 터미널에 두고 떠나던 아버지의 뒷모습과 다시 우리를 찾으러 돌아오기를 바라며 얌전하게 기다리던 당시를 아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자한 아빠가 사랑하는 자식들을 버리고 떠나는 심정은 어땠을까요? 
저는 상상조차 안됩니다. 솔직히 그런 상상을 하는 것조차 두렵습니다. 아이를 키워본 부모님들이라면 더욱 공감하실 겁니다. 
자식을 버리고 떠난 이 아버님의 이후 삶은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의 무게보다 더 무거웠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아이들을 위한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제 3자들은 알수가 없죠.

 

6살이었던 키엥즐러 씨는 어땠을까요?
인자한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건 자식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아빠가 돌아올것이라며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고 회상하는 그 기사를 보며, 머리속에서 6살, 3살 두 꼬마가 버스 터미널에서 돌아오지 않을 아빠를 기다리는 모습을 떠올리니 눈물이 나고, 너무 마음이 아프더군요. 낯선곳에서 몇 시간을 그렇게 있었을텐데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이런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성장한 키엥즐러씨 또한 무거운 기억을 안고 살았을 겁니다. 
예전에 봤던 심리학책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원체험이라는 것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원체험은 기억에 오래남아있어 어떤식으로든 구애를 받게 되는 어린시절의 체험, 사람의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주는 어릴적 체험을 말합니다. 아마도 키엥즐러씨에게는 이것이 원체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매의 현재 모습, 이미지 :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35년의 세월이 흘러, 6살, 3살이었던 오빠 정지희와 여동생인 정경재씨는 '로헝스 키엥즐러', '실방'이라는 프랑스 이름으로 성인이 되어서 부모를 찾고 싶다고 합니다.
이들은 9월께 한국에 여행 올 때 친부모와 가족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꼭 친부모님을 만나시길 기원합니다.

 

참고 : 모델링 파일,  연합뉴스 기사 

 

이상입니다. -3D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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